- 퇴직연금 적립금 501조 4천억원. 그중 75.4%(약 378조)가 원리금보장에 묶여 있습니다
-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 2.64% — IRP 2.99%, DC 3.09%, DB 2.27%
- 부부 노후 부족분 월 178만원을 이자로만 뽑으려면 2.64%로는 8억 900만원, 6%면 3억 5,600만원
- 수익률 차이가 원금 4억 5,300만원 차이로 돌아옵니다
- 그런데 IRP에서 제일 확실한 수익은 투자가 아니라 세액공제 최대 148만 5천원입니다
- 디폴트옵션을 만들어놨는데 85.4%가 다시 안정형을 골랐습니다
혹시 본인 퇴직연금 통장을 마지막으로 열어보신 게 언제입니까.
저는 이 질문을 받고 나서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숫자 하나에서 멈췄습니다.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 2.64%.
10년 동안 굴려서 연 2.64%입니다. 그 사이 물가는 그보다 더 올랐던 해가 많았습니다. 즉, 실질적으로는 줄어든 해도 있다는 뜻입니다.
1. 501조원이 어디에 들어 있나

한국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 4천억원입니다. 그중 75.4%가 원리금보장상품에 들어가 있습니다. 금액으로 약 378조원입니다.
원리금보장상품이 나쁜 건 아닙니다. 원금을 지켜주니까요. 문제는 20~30년을 굴려야 하는 돈이 거기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나온 표현이 정확합니다. 「원리금보장상품은 퇴직연금의 장기적인 운용 수단이 될 수 없다」
2. 어떤 유형이든 3%를 못 넘습니다

유형별로 봐도 비슷합니다. IRP 2.99%, DC형 3.09%, DB형 2.27%.
정부가 이걸 고치려고 디폴트옵션을 만들었습니다. 가입자가 아무것도 안 고르면 미리 정해둔 포트폴리오로 자동 운용되게 한 제도입니다. 도입 취지가 이랬습니다.
「가입자의 투자 지식이나 관심이 부족해 방치되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겠다」
결과는요? 디폴트옵션 적립금 53조 3천억 중 85.4%가 안정형을 골랐습니다. 그 안정형 수익률이 2.63%입니다. 제자리로 돌아온 겁니다.
3. 2.64%가 노후에 얼마나 큰 차이인가
숫자를 실제 생활에 대보겠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 부부가 노후에 적정하게 살려면 월 298만원이 필요한데, 실제 받는 부부 연금은 월 120만원입니다. 매달 178만원이 빕니다. 이 얘기는 노후 준비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그럼 이 월 178만원(연 2,136만원)을 원금 안 건드리고 이자·배당으로만 뽑으려면 원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2.64%로는 8억 900만원이 필요합니다.
6%면 3억 5,600만원입니다.
같은 월 178만원인데 원금이 4억 5,300만원 차이납니다. 수익률 3%p가 이 정도 차이를 만듭니다. 돈을 더 넣어서 메우는 게 아니라, 굴리는 속도로 메우는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원금을 헐어 쓰면 필요 금액은 줄어듭니다. 대신 그때부터는 「몇 살에 바닥나는가」를 계산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2.64%로는 버겁습니다.
4. 왜 다들 2.64%에 머물러 있나

제도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아무도 안 건드려서 생긴 결과입니다.
회사가 알아서 넣어주니 내 돈 같지가 않습니다. 통장을 열어본 적 없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가만히 두면 기본값이 원리금보장상품입니다.
그래서 378조원이 거기 있는 겁니다. 누가 결정한 게 아니라, 아무도 결정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입니다.
5. 그런데 제일 확실한 수익은 따로 있습니다

IRP 얘기를 하면 다들 「뭘 담아야 수익률이 오르냐」를 먼저 물어보십니다. 그런데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IRP에는 시장과 상관없이 확정된 수익이 하나 있습니다. 세액공제입니다.
연금저축과 합쳐 연 9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고,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공제율이 16.5%입니다. 900만원을 채우면 148만 5천원이 돌아옵니다.

같은 900만원을 넣었을 때 첫해에 손에 들어오는 돈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세액공제 148만 5천원, 운용 수익 23만 7,600원.
6.25배입니다. 그것도 세액공제는 시장이 어떻든 확정이고, 운용 수익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수익률 걱정보다 한도를 다 썼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라는 뜻입니다.
6. 오늘 30분이면 할 수 있는 것

수익률을 예측할 필요 없는 일 세 가지만 적겠습니다. 확인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하나, 계좌를 열어봅니다. 회사를 옮기셨다면 흩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통합연금포털에서 한 번에 조회됩니다.
둘, 원리금보장에 몇 %가 들어가 있는지 봅니다. 평균이 75.4%입니다. 본인이 그보다 높은지 낮은지만 보셔도 충분합니다.
셋, 올해 세액공제 한도를 다 썼는지 확인합니다. 900만원 중 안 채운 금액은 연말이 지나면 그대로 사라집니다. 이월이 안 됩니다.
7. 대신 조심할 것

중도해지가 제일 큽니다. 만 55세 전에 깨면 기타소득세 16.5%를 뗍니다. 세액공제로 받은 걸 거의 그대로 토해내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3.3~5.5%만 냅니다.
공시 수익률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회사별 순위는 그 회사 가입자들이 담은 상품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1위 회사에 계좌를 옮긴다고 내 수익률이 1위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퇴직연금은 대체 불가능한 돈입니다. 잃으면 다시 벌 시간이 없습니다. 수익률을 올리자는 얘기가 한 자산에 몰아넣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자주 받는 질문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이 얼마인가요?
최근 10년 평균 2.64%입니다. 유형별로는 DC형 3.09%, IRP 2.99%, DB형 2.27%입니다. 디폴트옵션 전체는 3.69%지만, 그 안에서도 85.4%가 고른 안정형은 2.63%입니다.
IRP 수익률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구체적인 상품을 추천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순서는 분명합니다. ① 세액공제 한도를 먼저 채우고 ② 원리금보장 비중이 본인 나이에 맞는지 보고 ③ 수수료를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상품 고르기는 그 다음입니다.
IRP 세액공제는 얼마까지 되나요?
연금저축과 합산 900만원까지입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16.5%, 넘으면 13.2%가 적용됩니다. 최대 환급액은 148만 5천원입니다.
중간에 돈이 필요하면 뺄 수 있나요?
뺄 수는 있지만 만 55세 전이면 기타소득세 16.5%를 뗍니다. 세액공제로 16.5%를 받고 해지할 때 16.5%를 내는 구조라 실익이 거의 없습니다. 급한 돈은 IRP에 넣지 않으시는 게 맞습니다.
퇴직연금만으로 노후가 되나요?
숫자로는 어렵습니다. 부부 기준 월 178만원이 비는데, 2.64%로 그걸 이자로 뽑으려면 원금 8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연금 + 현금흐름 두 갈래로 준비합니다. 이 계산의 배경은 노후 준비 글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정리하면
퇴직연금 수익률 2.64%는 누가 잘못 굴려서 나온 숫자가 아니라, 아무도 안 굴려서 나온 숫자입니다.
501조 중 378조가 원리금보장에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을 만들어도 85.4%가 다시 안정형으로 갔습니다. 바꾸는 사람이 적으니 평균이 안 움직입니다.
그리고 오늘 당장 손에 잡히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세액공제 148만 5천원입니다. 시장을 맞힐 필요도 없고, 한도만 채우면 확정입니다. 거기부터 확인하시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이 글을 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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